갑작스런 아랫동네 친구의 죽음이 잠시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 아직 남은 반쪽 조각이 갑자기 성큼 더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다.
요즘 눈에 부쩍 띄게 늘어난 달맞이 로제트.
한 해 살이 풀들과 달리 추운 겨울을 나야하는 풀들의 지혜가 참으로 부럽기도 하다. 한껏 몸을 낮추고 모든 것을 버린채 거의 동사상태로 그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욕심으로 가득찬 인간세상이 과연 ‘만물의 영장’들의 모습일까 싶다.
어찌보면 순리대로 살아가는 잡초보다 못한 욕심 가득한 인간세상이 부끄럽기도 하다.
콩타작으로 한 해 농사를 갈무리하시는 아랫동네 어르신.
요즘 세상살이를 보면, 욕심보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늙은 농부의 지혜가 참으로 귀한 세상인 것 같다.
오불여노농! 나는 늙은 농부의 지혜에 미치지 못하네.
욕심을 비우고 아직 다 못 이룬 꿈들을 담아 삶의 남은 반조각을 채워갈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