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동무와 함께 잠시 어릴 적 추억을 더듬어 개울가를 따라서 내려가다보니 산비탈 밭속으로 발길이 다다른다.
멀리서 하얀 꽃을 보고 메밀을 벌써 피었나 싶어 가까이 다가가보니,
웬걸 활짝 핀 개망초들만 가득하다. 너무 깊숙이 있어 농사짓는 이도 없는 묵정밭인가보다.
깊숙히 난 길을 따라가보니 신기하게도 갈대가 없는 어릴적 놀던 곳처럼 넓은 개울가 나온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바닥에 까만 때가 잔뜩 끼어 있어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맨날 맑은 동네 개울가만 보다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낯설다.
집집마다 수세식 화장실과 마을 정화조가 생겨난 뒤로 더욱 심해진 듯. 더구나 갈대밭에 가려져 있으니 이런 모습은 여간해선 동네사람들에게도 눈에 잘 띄지 않을 것만 같다.
개울물과 달리 눈에 잘 보이는 산과 들은 푸르름이 가득하다.
눈에 더 잘 보이는 하늘 역시 솜사탕같은 뭉게구름이 가득하다.
항상 보이지 않게 흘러가고 있지만 물은 생명의 샘일텐데, 생수 만든다고 지하수를 마구 퍼가고, 정화조때문에 더러워지고, 농약과 화학비료로 더러워지고 있었으니 자꾸만 개천이 병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동네 개울가 갈대밭부터 시원하게 걷어내고 개울물이 눈에 잘 보이게만 만들어도 맑은 개울가 풍경이 한결 쉽게 되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