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바꿔 삶을 바꾸다
#태양도시를 말하기 전에
적어도 내가 정의하는 태양도시 만들기는, 이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떠나고 싶은’ 도시를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가는 운동이다.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과소비의 병에서 벗어나고, 자동차보다는 사람을 존중하고, 돈줄이 마른 지역경제도 살리는 그런 운동이다. 이 책은 도시의 에너지 문제에 대해 장황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떠나고 싶은’ 도시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길에 관한 이야기이다.
#왜 지금, 태양도시인가
21세기 판 ‘웅덩이 속 개구리’
웅덩이 속 개구리는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6세기 이스터 섬 주민들이 대표적인 경우. 조각상 세우기 경쟁, 무분별한 벌목, 숲이 사라지자 동물계도 파괴…인류 역사상 가장 눈부신 번영을 누렸던 사회 가운데 하나인 로마 제국도 그랬다.
“로마의 멸망은 로마의 융성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로마는 주변의 농촌에서 얻은 자원이 아니라 가까운 이집트,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체계적 약탈로 얻는 자원을 이용해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거대도시 로마를 유지하는 데 이용된 바로 그 방식이 로마를 멸망시킨 것이다”-사회생태학자 머레이 북친
특히 도시에서는 에너지 없이 한 순간도 살 수 없다. 도시를 움직이는 힘은 모두 에너지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 대부분, 정확히 97%가 수입, 자원 전쟁이 현실화 된다면?
에너지 자급자족의 도시? 말도 안돼는 이상(理想). 이상에 불과하더라도 이상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에너지 자급자족의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는 도시, 그게 바로 이 책에서 말하려는 태양도시다.
‘태양’이란 사용해도 없어지지 않는, 재생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하나의 은유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하는 도시를 태양도시로 부른다. 석탁과 석유 등 화석연료 체제를 지양하고 자연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지향하는 도시다.
‘지속가능한 발전’? 미래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발전’
에너지 이용 방식을 바꾸면 삶이 달라진다.
에너지를 아껴 쓴다? 그동안 우리가 누려왔던 안락함을 무조건 포기하고 금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차원 높은 삶의 질로 더 많은 생태적 풍요를 추구한다는 뜻
Less is More. 더 적게 쓰는 것이 더 많은 것을 가져온다는 사실은, 역설적이지만 인류가 체험한 진실이다.
에너지 체계를 화석연료에서 자연에 기반을 둔, 즉 재생가능하면서도 더 효율적인 에너지로 바꾸면 화석연료의 중앙집중적 공급 체계로 상징되는 대규모 자본의 논리보다는 지역의 논리를 따르게 된다.
#화석도시로 남을 것인가. 태양도시로 갈 것인가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화석도시와 미래를 준비하는 태양도시의 갈림길에 있다. 이 갈림길에서 어느 도시든 태양도시로 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그 선택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이든 지금까지 하던 대로 따라하는 것은 쉽지만 새로운 것으로 전환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생활양식을 바꿔야 하는 데서도 시민들은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미 국방부의 비밀 보고서. 기후변화가 테러보다 더 위험하다!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해 놓고도 기후변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미국에 대한 전 세계는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산업혁명 이후 에너지는 경제성장의 동력이자 필수조건이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부시 후보의 입장? “우리는 우리 경제에 해를 끼치는 일은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우선적인 것은 미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2002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 9위!
원자력에는 ‘숨겨진 비용’이 엄청나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산업 에너지원들 가운데 원자력발전이야말로 정부 지원의 가장 직접적인 산물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직접적인 보조금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시의 비용, 정부는 이것을 대부분 납세자들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허울뿐인 세계화』,불편한 보조금의 진실)
#대안은 에너지 전환뿐
위기는 분명하다. 그리고 충분히 많이 언급되었다. 문제는 해결을 위한 비전이다. 비전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껴 쓰고 대안 에너지 개발. 이 두 가지를 합쳐 ‘에너지 전환’이라고 한다
적게 쓰는 것이 가장 큰 에너지 자원.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화’ 두 가지가 필요.
에너지 효율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절전 운동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 될 수밖에 없다
#왜 국가가 아닌 도시가 나서야 하나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국가’는 세종대왕 시절 기득권을 누리고 있었던 유학자들과 같아 ‘지금 이대로’를 고수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계화 경향이 강해질수록 관심은 더 이상 국가에 있지 않다. 세계화로 인한 현상 가운데 하나다 국가의 영향력 축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솔라시티’ 프로그램. 국제사회에서도 논의의 초점이 국가가 아니라 도시로 옮겨진 지 오래다.
#인간을 위한 도시, 태양도시의 매력
재생가능에너지를 근간으로 하는 태양도시는 거대 자본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고, 거대 기술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고, 세계시장 중심에서 지역시장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준다.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는 도시, 에너지에 덜 의존하고 사람에게 더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 도시가 바로 태양도시이다.
#에너지 저소비의 행복
현대인은 소비 중독증이라 부를 만큼 과도한 소비를 하고 있다. 현대 도시는 ‘에너지 어플루엔자’에 걸린 것 같다. 도시가 에너지를 많이 씀으로써 시민들이 누리는 것이 많아졌지만 개개인이 누리는 일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결코 풍요롭지 못하다….에어컨은 더운 여름철에 쾌적한 실내 공기라는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에어컨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평생 달갑지 않은 ‘불편’을 달고 다니게 된 것이다.(알레르기성 비염과 냉방병)
에너지 과소비 도시의 불편. 자동차의 증가는 바로 교통 혼잡으로 이어진다. 교통 혼잡으로 쓸데없이 차도에서 많은 시간을 낭비, 불필요한 연료 부담 추가, 자동차 배출 가스 증가로 도심 공기 악화돼 건강이 악화되는 등 삶에 불편을 겪게 된다.
에너지 소비가 늘어난다고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것이 안전하고 평화롭다
화석연료는 대부분 아주 먼 곳에서 생산돼 엄청난 거리의 수송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배달’된다.
중앙집중적인 화석연료는 ‘딱딱한 에너지’, 지역분산적인 재생가능에너지는 ‘부드러운 에너지’
‘딱딱한 에너지’가 부른 대규모 사고. 2003년 8월 14일, 미국 뉴욕시는 대규모 정전 사태로 암흑천지로 변했다.
분산적이면 피해도 적다
화석연료는 분쟁의 씨앗. 석유 전쟁, 연료가 특정 지역에만 매장돼 있기 때문에 생기는 분쟁. 미국의 이라크 침공 또한 석유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화석연료를 둘러싼 이같은 분쟁의 근본 원인은 이들 연료가 제한된 자원이고 재생 불가능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태양이 가져다 주는 안전과 평화. ‘부드러운 에너지’가 주는 이같은 선물은 우리 도시민들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역경제와 민주주의
‘딱딱한 에너지’와 ‘부드러운 에너지’를 구별하는 또 다른 관점은 에너지에 대한 통제권
인류학자의 눈에 비친 에너지 전제주의를 에너지 전문가들은 ‘신자유주의 부작용’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에너지 지역화가 지역경제도 살린다
통제권이 한 곳에 모이지 않고 분산되면 큰 권력, 큰 시장, 큰 기술이 필요 없게 된다.
우리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 대부분은 지역에 일자리가 없어서, 또 지역에 결정권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생태적 빚에서 해방
화석도시의 뒤안길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그림자는 ‘형평성’의 문제. 화석도시에서 에너지 사용으로 발생하는 사회 환경 비용이 도시에 따라, 또 도시에 사는 다양한 집단에 따라 평등하지 못한 방식으로 배분되기 때문이다. (편익과 책임,피해가 따로 따로)
우리나라는 지구 온난화 물질 배출 기준으로 세계 9위다. 우리가 세계에 진 생태적 빚 또한 적지 않다.
#비싼 게 아니라 제값을 주는 것
‘재생가능에너지 좋기야 하겠지, 그런데 비싸니까 문제잖아.’? 코앞에 드는 비용만 생각하는데서 나오는 명백한 오해다.
화석연료의 숨겨진 비용. 이라크 전쟁 비용은 석유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쓰이는 비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석유 확보를 위해 상당한 예산을 쓸 수밖에 없다? 이라크 파병!
과연 어떤 에너지 체제가 비싼 것인가.
#세계의 태양도시를 가다
#독일 프라이부르크_태양에너지를 관광자원으로 만들다
‘재생 에너지는 비싸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관념을 가진 많은 정책 결정자들에게 ‘이 도시를 보라, 오히려 재생에너지 때문에 큰 돈을 벌고 있지 않느냐’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원자력발전소 반대가 태양도시 운동으로
에너지 효율화가 삶의 질을 높였다
‘주거지역 차량 통행금지’ 정책은 작지만 큰 변화를 낳았다. 아이들이 ‘차 없는 거리’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된 것이다.
#스웨덴 예테보리_50년 후 100% 에너지 자립의 꿈을 키우다
야심찬 프로젝트의 소박한 시작? “어느 날 자신의 자동차가 예테보리에서 베를린까지 한번 오고가는 길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한 주택이 1년 내내 배출하는 양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됐어요.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중요한 사실이지요.”
새삼스런 깨달음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 비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의외로 출발은 아주 소박했던 셈이다.
열 교환 장치로 난방 시스템이 필요 없는 집
거주자들은 이 ‘상식을 뛰어넘는’ 시스템을 잘 활용하기 위해 어느 정도 생활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 추울 때 창문 닫고, 햇볕 잘 들 때는 블라인드 내려 안이 너무 더워지는 것 방지.
#덴마크 칼룬보르_’산업공생’으로 에너지를 ‘아나바다’하다
“산업공생이 가능하게 된 것은 시스템 때문이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든 것은 사람들이다”
이 말은 에너지 위기 시대에 있어서 대화의 중요성을 압축해서 표현한 것이어서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_태양에너지 이용을 의무화하다
#일본 기타큐슈_회색산업에서 녹색산업의 도시로 변신하다
#미국 새크라멘토_’태양관 개척자들’을 낳다
#세계 태양도시들의 공통점
화석연료 과다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거나 아니면 원자력발전소로 인한 위기에 직면한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창의적인 발상. 창의적인 발상은 돈이 들지 않는다.
지도자들의 철학과 의지
#내가 사는 도시를 태양도시로
화석도시에서 발생하는 우울한 일들
재래시장의 몰락은 직접적으로는 대형 할인마트 때문. 이런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주거지를 근거로 살아가는 수많은 소규모 상인들의 네트워크인 지역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다.
화석도시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교통혼잡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주차난으로 이웃간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일상이 돼 버렸다. 결국 화석연료 사용을 부채질하는 화석도시의 삶은 비인간적이고, 건강하지 못하고, 안전하지 못하며 불편하기까지 하다.
무조건 ‘더 큰 것’을 소유하는 것이 ‘더 잘사는 것’으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더 큰 것’을 소유하고 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전 사회가 매진했다.
경제 수준에 비해 형편 없는 삶의 질. 이처럼 화석도시의 중심부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 도시에서 삶의 질이 높을 리 없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시민의 힘으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시설을 세우다. 에너지대안센터에서 주도하고 있는 ‘시민발전소 운동’.
최종 목표는 ‘수익성 있는 발전소’, “시민들이 소규모로 생산한 전기를 팔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까지 절차가 복잡했고, 특히 전례 없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공무원을 상대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태양도시로 가는 길_몇 가지 제언
인간의 욕망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화석도시에서 태양도시로 이행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역사는 보여 주고 있다.
하나.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우리나라 도시가 가장 시행해야 할 수술은 자동차 중심의 교통 정책이 닐까 싶다.
자동차 문화에서 벗어나는 것은 차보다 인간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것이다.
문제는 자가용 중심 문화를 해결하려는 의지
둘. 에너지 효울화 건물 건설 붐 일으키기. 건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제도’
에너지 소비가 많은 고층 빌딩부터 에너지 효율화를
셋. 도시계획단계에서부터 에너지에 비중두기
#영호남의 태양도시 만들기 경쟁_대구와 광주
대구 세계솔라시티총회
‘빛고을’ 광주를 명실상부한 태양마을로
#태양도시가 희망이다
열역학 법칙. 알고 보면 우리 도시의 삶을 간결하고도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도구. 제1법칙(에너지 보존)과 제2법칙(엔트로피)
도시가 행동을 취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철학을 바꿔야 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다 도시를 탈출하는 꿈을 꾼다. 무미건조한 성냥갑 같은 아파트촌이 아니라 인간적인 정을 나눌 수 있는 ‘동네’를 찾아서. 도로를 꽉 메운 자동차 매연에서 해방돼 맑고 신선한 공기를 찾아서, 거대한 기계의 부품 같은 일자리를 떠나 노동의 보람과 즐거움이 있는 일을 찾아 떠나고 싶을 때가 많다.
태양도시. 도시의 편리와 풍요로움은 부족하지 않게 누리되 좀 더 인간적으로 살 맛이 나는 도시. 한 번이라도 이런 도시를 꿈꾸어 봤다면 남은 일은 희망을 직접 만들어 가는 일이다. 겸허한 성찰 없이 성장만을 지향했던 지난날에 대한 반성에서 우러나와 함께 머리를 맞대 ‘어떻게’ 태양도시를 만들어 갈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면 이미 희망 만들기의 첫 발걸음이 떼어졌다. ‘시작이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