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다니엘 튜더. p230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소비자 민주주의? 다이어트 콜라 민주주의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의 ‘소비자 민주주의’. 정치인은 감세와 공공지출 확대 경쟁에 몰두하고 유권자는 그중에서 가장 후한 혜택을 약속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시스템.
미국은 ‘세금은 낮추고 정부 지출을 늘리는’ 양립 불가능한 정책(증세 없는 복지!) 을 추진한 결과 장기적 적자에 시달리며 자국 민주주의의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달기만 할 뿐 영양가는 없으니 ‘다이어트 콜라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정치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느냐가 문제다. 결국 우리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갖게 되어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풍경#
#유치한 쇼, 쇼, 쇼
알맹이 없는 정치적 수사.’유아적인’ 정치문화는 민주주의에 해롭다.
아무런 알맹이 없이 희망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그 같은 전략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민주주의 국가는 시민의 의식 수준에 걸맞는 정치인을 갖게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공약을 너무나 쉽게 파기했음에도 새누리당 지지층에는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자유를 훼손하는 명예훼손법
#철학이 없는 가짜 보수와 진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실상 ‘선택’이 무의미해졌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요인이다.
한국에는 진정한 자유시장이 존재한 적이 없다…대기업이 사실상 거의 모든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 역사상 어느 정부도 ‘대기업 밀어주기’ 원칙에 반기를 든 적이 없다.
보수화된 젊은이들? 문제는 젊은이들에게 있지 않다. 합리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의제를 내세운다면 누구라도 수긍할 것이다. 진짜 문제는 지금까지 그누구도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의제를 제시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시민인가#
#영웅은 없다
안철수. 누군가를 아이콘으로 떠받들기 시작하면 결국 실망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영웅주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다
상품으로서의 학벌. 백 번 양보해도 고승덕의 학력 과잉은 희한하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긴 가방 끈으로 고승덕이 ‘어떤 일’을 했는가, 그것이 더 중요하다.
토크콘서트 열광. 토크콘서트 대신 진정한 의미의 열린 대화가 자리잡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 일을 마치고 유명인사의 강연을 들으러 가기보다 술집이나 카페에 들러서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함께 토론할 수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자.
#잊지 않겠습니다
나쁜 정치인에게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은 최고의 선물이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의 성향이 너무나 쉽게 돌변한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짧지만 인상적인 발언이나 ‘경제민주화’ 같은 텅빈 구호로도 정치가 가능하고 부패도 판을 친다.
2008년 미국사 쇠고기 파동. 왜 그때는 무서워해놓고 지금은 주저 없이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먹는가?
#숨은 좋은 정치인 찾기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밖에 얻을 게 없다…정치에 대한 관심 부족보다”어차피 정치인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인데 수고스럽게 투표장까지 나가야겠나?”라는 인식이 더 문제가 아닐까?
#정당정치 다시 쓰기#
#저격이 아니라 건설을 원한다
전략 없는 네거티브. 네거티브 전략이 가장 큰 패인. 최선책이 아닌데도 새정치연합은 줄곧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구사해왰다.
포지티브 전략이 절실한 이유. 성공 지향적인 한국 사회에서 진보 진영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부자를 벌하는 정책이 아니라 진보적이되 유권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유권자를 설득하는 일에 늘 젬병이다.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정부 인사들의 스캔들을 공격하는 등 어부지리식 승리에만 기댈 뿐이다. 포지티브 선거를 통해 왜 새정치연합을 선택해야 하는지 보여주지 못한다. 포지티브 선거가 가능하려면 더 나은 나라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 기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만년 야당처럼 행동하면 야당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새정치연합의 비극이다.
#프로페셔널리즘은 어디에 있는가
우왕좌왕 자승자박
외신을 다루는 방식. 새정치연합이나 군소 야당이 외신기자들과 경제민주화 같은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을 볼 때면 늘 절망스러웠다. 한국에서는 통할지 모르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언론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영미권 언론에는 잘 먹히지 않는다. ‘영미권’에서는 감정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을 철저히 배제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감정을 중시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정책 실종
#민주주의, 끝나지 않은 여정#
#모두의 정치
한국의 베페 그릴로를 찾습니다. 현재 이탈리아 최대 정당 중 하나는 베페 그릴로라는 전직 코미디언이 창당한 5성운동.
웹 기반 오프라인 미팅 플랫폼인 Meetups을 통해, 그릴로는 블로그 독자들에게 “각 지역 공동체에서 함께 모여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아이디어 제안을 나누며 즐기자”고 촉구. 그 결과 2년 만에 전국 각지에 650여 개의 풀뿌리 모임이 조직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제조업은 한국의 미래다
열악한 노동 여건. 하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들이다.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한국 노동계에 닥친 재난은 한국이 중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한국은 저임금 생산지로 세계화 물결에 합세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영국 제조업의 비극. 영국이 제조업을 버리고 서비스 산업에 주력하기로 선택한 순간 근본적으로 런던과 나머지 지역의 균형이 완전히 깨지기 시작했다.
한국형 미텔슈탄트(독일의 중소기업)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정치 바깥에 있다. 우선 모두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조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사실상 거의 모든 학생이 대학에 가며, 보통은 관심도 없는 분야를 전공한다. 심지어 많은 학생이 대학에 속았다고 느끼기도 한다…많은 경우, 역량을 키우거나 기술을 익히지 못하고 단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4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는 곳이 한국의 대학이다…이제 한국에서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창피한 일이 되어버렸다. 젊은이들에게 생산직은 부끄러운 일자리가 되었다.
기술 벤처 기업에 수조원 투자. 한국의 마크 저커버그를 양성하겠다는 생각은 물론 좋지만 아직까지 성공 사례가 드물다
#복지는 투자다
늘어난 복지 예산, 그러나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하는 이유? ‘공짜로 주는 시혜’로 제시하기 때문
한국에서 복지 증진이 열쇠는 어떤 ‘프레임’을 짜느냐에 달려 있다.
투자로서의 복지. 복지에 대한 궁극적 메시지는 ‘복지는 정부가 여러분에게 투자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세금을 많이 낼 수 있을 만큼 성공해서 돌려주십시오’라고 전달되어야 한다. 지위 상승에 대한 열망이 강한 한국에서 특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낮은 출산률. 한국은 미국과 더불어 유급 육아휴직을 주지 않는 유일한 OECD 회원국.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대중에게 복지의 중요성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더 많은 것을 이룰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신생아는 미래의 납세자임을 강조해야 한다.
실직한 사람들이 절망적인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실업수당을 제공해 실직 가정 자녀들의 삶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하고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모습을 지켜보자. 복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따라서 복지는 투자라고 불러야 한다.
‘제3의 길’. 한국 실정에 맞는 재분배 프레임은 국민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방식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이 프레임을 잘 활용하면 정치적으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아닌 당이 집권에 성공하고 지금껏 어느 누구고 해내지 못한 방식으로 노년층에 존엄성을 부여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보라. 한국 선거에서 세대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고질적인 이슈로 간주되지만, 해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해답을 찾은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은 프레임에 달려 있다
젠더 차익 거래. 골드만삭스 한국 지사는 의도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을 더 많이 고용한다. 경쟁할 필요도 없이 최고의 여성 인력을 뽑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가치절하된 자원을 확보함으로써 비즈니스 우위를 끌어냈다.
대기업 정상화. 또다른 프레이밍 문제가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을 당장 버리고 ‘경제정상화’라고 불러야 한다.
’민주화’라고 하면 매우 정치적인 명제로 들리고, 좌파 이미지가 떠오른다…일베 회원들이 민주화를 비공감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을 보라. 사실 한국 경제 대부분의 문제는 단순히 ‘정상화’가 필요한 비정상적인 상황에 기인하다(비정상의 정상화)
‘코리아 디스카운드’의 원인? 원인은 간단하며. 북한과는 관련이 없다…문제를 일으킨 기업 총수에게 대통령 특별사면을 불허하고, 형기를 채우도록 하는 등 기업인에게 응당한 처벌을 내린다면 비정상적인 패악은 사라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틑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현저히 낮은 주가수익률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한국 기업의 주식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싼 주식 중 하나다.
진보가 장악해야 할 이슈. 야권은 ‘공정’ ‘정의’ 또는 ‘1퍼센트 국민 대 99퍼센트 국민’ 등 과격하지만 대부분 빈말인 수사로 대기업과 관련된 이슈에 지나치게 ‘진보적’으로 보이려고 애쓰는 것 같다. 덕분에 분열을 조장하지 않는 태도로 다이어트 콜라 버전의 정의를 구현하는 새누리당은 중도층까지 싹쓸이한다.
386세대는 오로지 1980년대식 부족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만 진정한 진보일 뿐. 2012 대선…동물 권리에 대한 정책, 성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정책, 환경 문제는? 이런 질문은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주요 진보 의제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민주당은 단 한 가지 이슈에 대해서도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뚜렷한 정책이 거의 없거나 전무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진보 이슈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정책들. (GDP 성장률 보다) 지니계수 목표치 설정. 시내 주행 속도 제한.공영 공항과 철도문제(민영화된 철도는 경쟁력이 없다? 어차피 철도 노선은 한 종류뿐. 서점의 책을 골라서 살 수 있지만 철도는 선택권이 없다). 아이들에게 운동장과 쉬는 시간을 보장하라.‘칼퇴근’ 기업에 법인세 경감(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시간당 생산성을 오히려 증가한다). 대중교통에 성형외과 광고 금지. 중병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무료 공공병원 설립(한국에는 공공병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최빈층과 중병질환자를 위해 제대로 된 공공병원을 짓는 것부터 시작하자)
#우리 자신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인터넷. 하나같이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전철 안의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한국은 5성운동과 같은 웹 기반 풀뿌리 운동이 촉발되기에 가장 적합한 후보지라고 생각한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나서서 “제가 하는 이야기만 듣지 말고, 우리 모두 함께 나서서 온라인으로 그룹을 조직하고, 다같이 논의합시다”라고 말하면 된다.
지적이고 진실하고 기성 정치에 진력난 사람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인 다른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구세주가 필요하지 않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을 때다.
“정치란 함께 사는 기술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듯이 한국 사회에서 정치는 함께 사는 기술이라기보다 나 혼자, 또는 우리끼리 잘살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이나 이권을 쟁취하는 기술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막장 정치판이라며 끌끌 혀를 찰 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정치 이야기는 쏙 빠져 있다…그렇게 우리 사회는 점점 함께 사는 기술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