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의 삶 이야기. 도종환. p245
살면서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이며,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1 꽃은 소리없이 핀다
꽃은 어떻게 필까. 꽃은 소리 없이 핀다/ 꽃은 고요하게 핀다/ 고요한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핀다/꽃은 서두르지 않는다. 조급해하지 않으면서/그러나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은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들은 꽃을 자라게 할 뿐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꽃들이 다시 피고 지는 동안 들은 그 꽃들을 마음껏 자라게 할 뿐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소유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많은 꽃들로 가득 차 있다.
강물은 흘러오는 만큼 흘려보낸다. 그래서 늘 새롭고 신선할 수 있다. 제 것으로 가두어 드리는 욕심이 앞서면 물은 썩게 된다. 강물은 제 속에 많은 물고가들이 모여 살게 한다. 그러나 그렇게 살게 할 뿐 소유하지 않는다.
그릇이 큰 사람? 다른 사람을 품어 안고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으려면 마음이 비어 있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도 삶도 비울 줄 알 때 진정으로 크게 채워지는 것을 만날 수 있다
#목수가 만든 악기
마음을 비우는 세 단계. 첫 번째는 상이니 벼슬이니 하는 욕심을 버리는 일이요, 두 번째는 세상 사람들의 비난이나 칭찬 따위에 마음을 쓰지 않은 일이요,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세상 어떤 것에도 마음이 어지럽힘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오로지 자기가 할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그러고는 나무를 구하러 간다.
마음에 아무런 얽매임도 거리낌도 없으면 두려움도 걱정도 없다(심무괘애 무유공포-반야심경)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진정으로 인격이 높은 사람일 것이다
#물은 자기가 나아갈 길을 찾아 멈추는 일이 없다
물은 스스로 움직여 다른 것을 움직인다
물은 장애를 만나면 그 세력을 몇 배로 한다
물은 스스로 맑으려 하고 다른 것의 더러움을 씻어 준다
#큰 말은 담담하고 작은 말은 수다스럽다
북 치고 장구 치며 길거리에서 파는 약치고 명약이 없다고 한다. 효험이 적은 약일수록 과장된 선전이 많다. 석이 덜 찬 사람일수록 자신을 자신 이상의 것으로 드러내 보이기 위해 허풍을 많이 떤다. 목소리가 커지고 깊이가 없어진다.
오직 내 것으로만 가득 차서 남의 생각, 남의 말을 받아들일 공간이 남아 있지 않은 사람들은 언제나 편협하다. 표정이 불안하고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생각과 행동에 여유가 없다. 강물 소리가 귀에 잘 들리지 않고 피고 지는 꽃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게 다 자신에 대한 지나친 욕심인지 모른다.
욕심을 버리면 편안해진다. 욕심을 버리면 담담해진다.
#무심한 동심
내가 나 스스로를 옭아매고 거기에 갇혀 늘 힘들게 살면서도 그걸 벗어나지 못한다. 들국화 한 송이는 산비탈에 피어서도 자신을 자신 이상으로 허세 부리려 하지 않는다.
쉬고 있으면 마음이 텅비고, 비워져여지만 다시 실하게 채울 수 있으며, 그렇게 가득 찰 때 비로소 모든 일이 순서대로 잘 다스려진다.
#먼지 속에 살아도 먼지를 떠나 산다
몸이야 어디에 두었던 마음이 탐진치의 티끌을 떨쳐 버릴 수 있어야 진정으로 먼지를 벗어나 사는 길이 아닐까
#자기 이미지는 자기를 가두는 감옥이다
#2 벼랑 끝에서도 희망은 있다
바위에 붙어 피는 꽃이 있다. 침 신기한 일이다. 기름진 흙에 뿌리를 박은 것도 아니고 물도 제대로 공급받을 수 없는 바위에다 뿌리를 걸친 채 잎을 키우고 줄기를 뻗고 꽃을 피워 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일이다. 절망에서 희망을 꽃피우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눈물을 흘려 본 사람은 남의 눈물을 닦아 줄 줄 안다
#셋이서 우동 한 그릇만 주문해도 괜찮을까요
[우동 한 그릇], 자본주의 사회, 날이 갈수록 혼탁하고 비인간화되어 가는 시대라서 그런지 감동은 이런 소박하고 평범한 이야기에서 온다
#당신은 사람을 모으는 사람인가, 사람이 모이는 사람인가
#근본과 원칙
“사람이 근본에 처해야지, 자리와 이름에 처해서는 안 되네.”
남이 하는 대로 뒤쫓아 가기에 급급,어느덧 사회의 중견?
사회의 여러 곳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 겉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은 우리 사회가 모래 위에 세운 허상이었음이 뼈아프게 드러나는 것이다
#3 사랑하면 보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바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
#4 나는 지금 어떤 나무일까
억지로 많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라려다 가지가 부러지는 나무처럼 살기보다는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걸 보며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기뻐할 줄 아는 나무가 되어야 한다. 날개를 접고 쉴 것을 찾던 새 한마리 날아와 편안히 쉬다 갈 수 있으면 잠시 그런 자리를 내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족한 그런 나무가 되어야 한다.
40대 중반이 되어 다시 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 역시 나 자신에게 이런저런 경계를 먼저 한다. 명예와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공부하려는 것이 아니기를, 지식에 빠져 덕을 잃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깨닫는 공부가 되기를 바란다.
몸의 요구와 마음의 요구로부터 진정 자유로운 경지, 그런 경지에 이르려면 높이 날면서 멀리 볼 줄 알아야 하고, 낮고 겸손하게 날면서 삶의 현실을 자세히 불 줄도 알아야 하며, 고요히 날면서 깊이 있게 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때라야 진정으로 자유로운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