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라 줄이 좀 짧으려나하고 다시 찾은 예술의 전당 전시회장.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긴 대기번호가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평소보단 짧은 대기번호수가 다행이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전시회보단 노는 게 좋은 언니 동생들. 짧지 않은 대기시간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들어선 전시회. 그동안 DVD로 보아왔던 애니메이션들의 레이아웃 원판들이 즐비하다. 여유있는 감상을하려니 안내원이 나서서 촘촘한 관람객들의 발길을 재촉하는 한마디를 던진다.
“여러분 여기에 있는 작품을 3초에 하나씩 보시더라도 3시간이 걸립니다.”
관람시간 재촉과는 상관없이 해와 예담이는 벽에 걸린 그림보다 전시장 중간중간 레이아웃을 짧은 프레임으로 반복해서 보여주는 익숙한 영상화면들만 골라서 순식간에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뛰어논다. 전시의 묘미를 제대로 즐기기엔 아직 이른 나이의 아이들에겐 역시 그냥 뛰어 노는게 더 재미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많은 작품들을 보니 ‘기록되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 않은 일과 마찬가지다’말이 절로 생각난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통하는 세상.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그려진 작품들에서 물씬 풍기는 아날로그 감성이 진한 여운을 남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