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예산 문화유산 이야기. 강희진. p303
우리 문화유산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역사와 문화란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보물 상자이다. 하지만 이 보물 상자를 열기 위해서는 현재성이라는 열쇠가 필요하다”-로버트 매키,헐리우드 ‘스토리의 대부’
이제 ‘예산 문화”라는 보물상자를 열기 위해 우리들은 문화를 보는 열쇠를 준비해야 한다(아는 만큼 보인다)
이 글은 이야기책이다. 문화유산에 이야기를 붙이고, 스토리를 엮어 놓은 글이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 이전에 문화유산 이야기꾼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가만히 다가가 한참이고 서서 묵묵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말을 걸어 온다. 시대가 바뀌고, 사람이 어떻게 변하든 홀로 묵묵히 절집을 지켜온 부처와 이야기하고, 모두 하챦게 여기며 못 본 체 지나가는 미륵과 다리 동개고 마주앉아 옛이야기를 물으면 주저 없이 천 년을 이야기해 준다.
가끔 그들과 이야기할 때 대답이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한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참 희한한 것은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이야기를 해준다. 내포 지역의 조그만 절집은 보덕사와 이야기하는 데도 참으로 오래 걸렸다. 작은 비구니 절집이지만,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그곳이다. 보덕사는 쉽게 말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무심한 절집’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나 또한 무심해졌을 때 비로소 말문이 트였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덧 나 스스로와 이야기하곤 한다. 그래서 문화유산 답사는 바로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꿈은 결국 헛된 꿈이 되었다. 흑치상지를 생각하면 1990년대에 개혁을 외치던 많은 민주화 인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은 정권을 잡아 보수 집단을 변화시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속속 보수 집단에 들어갔지만 오히려 그들보다 더 보수적이 되어 버렸다. 흑치상지도 새로운 백제를 세우기 위해 당나라로 갔지만 당나라 사람들보다 더 당나라다운 장수가 되었을 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몸에 악기 하나씩을 가지고 있는데, 이 악기는 아무 때나 켤 수 없고, 아무 때나 소리가 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감동하면 자연스럽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울린다. 바로 심금이다!
용 하면 우선 변화무쌍함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용만큼 변화무쌍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말이다!
용과 뱀은 다루기 힘드니 (사천왕의) 광목천왕으로 다스려 순하게 만들라는 뜻이 아닐까? 말로 지은 업, 구업은 다스리기 힘들어 힘들게 쌓은 공덕을 한순간에 헛되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보덕사에 오면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할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법희선사 부도탑이다. 법희선사는 비구니 스님으로 평생 호미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분이다. 일로써 독도함 스님으로 한 가지 일에 정진하면 득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 분이다.
문화유산.향토문화는 무엇보다 애향심과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로 정리할 때 훨씬 느낌이 다르고 값어치가 있는 것 같다. 전문연구자의 학술적인 글은 묘미와 지적 충만감은 있지만, 왠지 저 멀리 단상 위에서 하는 강연 같다. 그러나 향토사가가 던져주는 이야기는 마치 옆집 큰형님이나 마음씨 좋은 어르신의 덕담처럼 정이 배어 나온다…이름도 어슴푸레한 고찰들, 웅장하고 아름답지는 않지만 민중과 함께한..마을 미륵들, 이런 모든 것들이 새로운 발길로 우리를 찾는다. 우리가 찾지 않으니 그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만 같다…그리고 거기서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술술 풀어져 나온다.
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알면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진정으로 보게 된다)-유한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