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커.존 프란시스.p459
22년간의 도보여행, 17년간의 침묵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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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걷기
기름유출? 유출사고로 인한 시장 비용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야생 동식물, 비영리적 생물량, 사람의 건강에 가해진 피해와 같은 비시장적 비용 역시 똑같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순례 여행? 불가능에 맞서 가능성을 찾는 이야기
우리가 인류라는 하나의 명칭으로 묶일 수 있는 이유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야기
“공간을 이동하는 순례는 내면의 여행을 겉으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행위이며, 내면의 여행은 외적인 순례에서 발견하는 의미와 신호를 토대로 내면을 알아 가는 과정이다. 두 여행 중 하나만 해도 되지만 둘 다 하는 것이 제일 좋다.”-토마스 머튼,1964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기로 하고 온종일 침묵하며 지냈다. 그러자 내 삶이 달라졌다. 침묵이 내 앞에 펼쳐진 그날로 나의 순례가 시작됐다. 순례는 외적인 여행인 동시에 내적인 여행으로….
환경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를 행동으로 이끌었던 사건은 기름유출로 인한 오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염 외에도 주의를 요하는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따라서 환경은 인권과 시민권, 경제적 평등과 성 평등을 망라하는 문제가 된다. 길 위에 선 순례자의 관점에서 보면 환경이란 우리가 서로 마주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1 기름과 물_세상이 충돌하다
“환경 위기는 마음과 정신의 위기가 밖으로 표출된 것이다. 멸종될 처지에 놓인 야생동물, 인간이 만든 추한 꼴, 오염 문제에만 국한시켜 환경 위기를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물론 이런 문제들도 환경 위기에 포함되지만, 지금 인류의 모습이 어떠하며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변해야 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Lynton K. Caldwell
샌프란시스코 스탠더드 오일 기름 유출 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개인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가 조금 더 단순하게 살면 돼. 그러면 차가 이렇게 많이 필요 없잖아.”
“아예 자동차 운전을 중단할 수도 있어. 더 이상 차를 타지 않는 거야.”
“좋아! 훌륭한 생각이야!”
“하지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 앞으로 돈이 생기면 할 수 있겠지.”
“그래, 그렇게 하자.”
우리는 전부터 모든 사람이 바람직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상적인 사회를 머릿속에 그려 보곤 했다. 단순하게 살고 자동차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발상이 좋기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나 자신조차도 복잡한 일상생활과 시속 90킬로미터로 운전하는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그 돈을 받으면 나는 걸어 다닐 거야….이건 약속이다.” 하지만 내가 입 밖에 내는 말은 그야말로 말일 뿐이다.
진이 말하는 혁명이 일어난다거나, 돈이 생긴다거나 하는 보장이 없다. 확실한 것은 현재뿐이며, 현재 하고 있는 경험을 통해서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2 길에서 살기_연기처럼
스스로 선택한 길이긴 했으나 도보생활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내 선택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 도보란 나 자신과 우리 사회의 병폐를 조금이나마 도피하는 나만의 해결책이며, 잃어버린 것을 찾아 뒤로 되돌아가는 동시에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내가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용기를 잠식하지 때문이다…사람들이 나에게 도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도 도전하고 있다…
내가 옮기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지도도 표지판도 없는 ‘보이지 않는 여행’의 일부 같다…불안정한 상태 때문에 두렵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한다.
어머니가 말한다. “그래, 좋다. 정말로 행복한 사람은 구태여 행복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 말하지 않아도 드러나거든.”
그렇다. 걷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걸어다니는 것은 시작일 뿐이며, 지금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면에서 외적인 변화뿐 아니라 내면의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나에게는 이미 내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죽음에 부닥쳐야만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우리는 위기를 위협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변화의 계기로 바라보아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라.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따져보고 전에는 어디에 있었는지 돌이켜보라. 현재의 매 순간에 변화를 위한 기회의 씨앗이 있다. 당신의 삶은 모험이다. 마음껏 즐기며 살아라.”
“당신이 신념을 지키려는 자세는 정말로 훌륭하다고 생각하오. 하지만 그걸로 정말 뭔가를 변화시킬 수 있겠소?”
#3 대나무와 침묵_듣는 법을 배우다
동력 운송수단을 버리고 비주류의 삶을 시작한 나에게는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
그림을 그리게 되자 걸을 때 장소를 인식하는 감각이 한층 예민해진다
우리 집 마당에 대나무가 자라고 있는 줄도 몰랐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 나무가 울타리 옆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을 못 본 것이 아니었다. 충분히 눈여겨보지 않아서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던 것이다…내 삶에도 이런 식으로 지나치는 부분이 아주 많지 않을까?
생일 하루 내내 침묵? 그동안 나와 논쟁을 하거나 내 수다를 들어야 했던 친구들에게는 생일 선물이 되는 셈이다!
대화든 언쟁이든 두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침묵하면 제가 거짓말을 안 하게 되지요.”
한참 지난 후에야 내가 거짓말을 하는 습관이 사회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걷기와 침묵은 나를 구원해 주었다. 걷기와 침묵은 속도를 늦추어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보고 나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기회를 준다…나는 침묵 속에서 나 자신을 재발견한다.
아버지가 내 여행을 이해하게 되자, 나는 혼자만의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자기 자신을 바꿀 수는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나 자신을 바꾸면 내 주변 사람도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4 영혼을 훔치다_죽음과의 만남
“사람이 오염을 만듭니다. 하지만 사람은 오염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번 여행이 지금까지 중에 가장 긴 도보여행이었으며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닷새 동안 걷기, 내가 지나친 길과 장소, 도중에 만난 사람들…나를 바꿔 놓은 여행이었다.
#5 다리_보행의 시점
어떤 장면이나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면 당신이 지금 있는 장소를 보다 풍부하게 체험할 수 있다.
#6 반짝이는 모든 것_야생지대를 발견하다
“야생 지대는 …과도하게 문명화된 인류가 한때 알고 있었지만 불행히도 지금은 잊어버린 것을 가르쳐 주는 훌륭한 교과서다.”
“자연이 우리보다 힘이 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좋은 경험이다. 장기적으로 인간이 자연 환경과 조화롭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으려면 반드시 그런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들으면서 배워라. 새로운 것을 들을 때는 머릿속으로 재지 말라. 지금 있는 장소에서 소릴 들어 보고, 전에 들어 본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라. 배움이란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새롭게 이해하면서 얻을 수도 있다.
“내 평생의 목표는 항해와 도보로 세계를 일주하는 것이다. 그것은 공부의 일환이자,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고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능 희망의 표현이다.”
침묵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침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이 우리를 선택한다. 여행을 하다가 침묵으로부터 초대를 받으면 귀중한 선물로 여겨라. 침묵과 친해지면 당신의 여행은 아주 특별해질 수 있다.
#8 걸어다니는 말_
처음에는 논쟁을 피하려는 의도로, 다음에는 의사소통 방식을 실험해보자는 생각에서 말을 않고 지낸 것이 어느덧 깊은 의미가 담긴 행위로 발전했다. 나는 고요함의 언저리에 도달했고, 침묵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영성과 교감과 명상이라는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
나에게 보트 제작은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을 뜻하는 삶의 상징이다.
음악은 놀라운 소통수단이다
당신이 변화를 요구할 도덕적 권리가 있는 유일한 사람은 당신 자신이다.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당신은 여행을 계속하면서 지역사회는 물론 온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한 번에 한 걸음씩.
걸어다닐 때는 실로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형태로 배움을 얻는다. 이는 정식 교육 과정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모든 분야와 두루 관련된 학문이나 환경학 공부는 다양한 형식을 취할 수 있다. 낯선 길위에서의 수업은 경험에 의거해 이루어질 때가 많다. 이를테면 곰의 입에서 교훈을 얻는 경우도 있다.
#19 침묵으로 말하다
침묵의 경험에는 절대적으로 정직한 무언가가 있다. 모든 말은 침묵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모든 통념도 침묵에서 시작된다. 말은 입 밖에 낼 수 없는 것에 대한 믿음이다…침묵은 언제나 제자리를 지킨다. 침묵은 추측에 의문을 품을 기회뿐 아니라 그 추측을 버리고 새로 시작할 기회를 우리에게 준다.
“사실 우린 본부에 와서 함께 일하기로 했다는 괴짜 환경운동가가 어떤 인간인지 궁금했다오. 당신이 미치광이 같은 사람인 줄 알았던 거요. 하지만 지금은 당신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며 그저 신념을 가진 보통 사람일 뿐이라는 걸 알았소. 우리는 당신의 신념을 존중하기로 했소.”
길을 걸을 때 우리는 자신과 대면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우리가 편을 갈라 싸울 필요가 없고, 국가의 적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과 말다툼을 벌일 필요도 없음을 깨닫는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좁은 행성에서 이 귀중한 순간을 푱화롭게 살아갈 기회가 아직 열려 있다. 걷기만 하면 가능한 일이다.
지난날을 회상하며 내가 출발한 자리에 다시 서 보는 순간.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단 한가지다. 불가능해 보이는 여행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생각.
“존, 뭔가를 바꾸고 싶다면 자동차 운전을 중단하고 동쪽으로 걸어가렴. 그러면 달라지는 게 있을 거야.”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